
세대 따라 지지후보 갈린 美 민주경선
“보혁떠나 기성 정치인은 싫다” 新舊 교체바람 거세
“보혁떠나 기성 정치인은 싫다” 新舊 교체바람 거세
Y세대, 비주류 대통령 거부감 없어… “美역사 새장”
《“이민자여서 그런지 우리 가정은 민주당을 지지해요. 하지만 가족 내에선 힐러리와 오바마 지지가 확연히 갈려요. 저하고 집사람은 힐러리인데, 아이들은 무조건 오바마예요.”
미국 버지니아 주 라우든 카운티에 사는 박순석(48) 씨 가족은 5개월째 전개되는 민주당 경선을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지지로 나뉘어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다.
세대에 따라 지지 후보가 갈린 것은 박 씨 가족만이 아니다.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는 ‘오바마 대(對) 힐러리’ 드라마는 민주당 지지자 간에도 인종, 교육수준, 직업, 지역별로 뚜렷하게 지지세가 나뉨을 보여줬다.
이 중 지지 후보를 가장 명확히 가른 변수는 ‘세대’였다.》
▽리버럴 내부 세대대결=오바마 의원이 사실상 후보 자리를 굳힐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젊은층의 열렬한 지지였다. 이번 경선에서 30대 이하 투표 참가자는 과거의 두 배, 일부 지역에선 세 배에 달했다.
오바마 의원이 압승을 거둔 조지아 주는 평균연령이 28세였다. 반면 힐러리 의원이 승리한 펜실베이니아 주는 평균연령이 40세였다.
세대 간 지지세 갈림 현상은 흑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인종에서 나타났다.
오바마 의원도 진작부터 젊은층을 결집하고 끌어내는 전략에 집중했다. 지난해 출마 연설 때 그는 ‘세대’란 단어를 13번이나 써 가며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또 연설 때마다 단문들을 끊어가며 관계대명사로 이어가는 어법으로 젊은이들과 호흡을 맞췄다.
▽베이비붐 세대 vs 자녀세대=통상 미국의 성인들을 △전쟁 경험 세대(1945년 이전 출생) △베이비붐 세대(1945∼60년 출생) △X세대(1961∼70년대 중반) △Y세대(1970년대 중반∼94년·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분류할 수 있다.
민주당 경선은 베이비붐 세대(힐러리 1947년생)와 X세대(오바마 1961년생) 후보를 놓고 베이비붐 및 이전 세대와 그 자녀 세대가 세를 겨룬 셈이다.
물론 민주당 내 신구 세대 대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윌리엄 걸스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1983년 게리 하트 후보가 ‘뉴 아이디어’를 표방하고 나섰을 때 노년층이 많은 월터 먼데일 후보 지지자들과 세대 간 대결 양상이 벌어진 전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처럼 젊은층이 대거 열성적으로 정치에 참여한 적은 없었다.
테리 마돈나 프랭클린앤드마셜대 정치연구소 소장은 “젊은층은 지난 40년간 로널드 레이건 시절을 제외하곤 대체로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보였다”며 “흑인이나 여성 후보가 이렇게까지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적은 없었다. 미국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대 대결의 사회학=전문가들은 ‘진보와 보수를 구분해 비난하기 어려울 정도로 통틀어 기성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물론 핵심 원인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실정(失政)이 제공했다. 특히 이라크전쟁의 실패가 ‘바꿔야 한다’는 욕구를 강하게 불러일으켰다. 젊은층에겐 기성 워싱턴 정치 전체가 실망스러운 존재였고 힐러리 의원마저도 교체 대상인 낡은 세대로 여겨진 것이다.
이는 2004년 한국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연대라는 새로운 얼굴에 젊은층이 몰렸던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젊은층엔 이념적 경도 현상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1970년대 유행하던 히피 문화와 달리 미국적 가치에 대한 존중도 강하다.
한편 S대의 한 교수는 ‘브래들리 효과’를 들어 설명했다. 이는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당시 흑인인 톰 브래들리 후보가 여론조사에선 앞섰지만 막상 투표에선 진 데서 유래한 용어다.
인종 문제의 민감성 때문에 익명을 요청한 이 교수는 “민주당 지지자들 내에서 연령이 올라갈수록 인종적 요인 때문에 오바마 의원 지지자가 줄어들고 인종에 대한 선입견이 적은 젊은층일수록 오바마 의원 지지자가 많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본선 세대 대결 전망=1936년생인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 오바마 후보 간의 본선 대결에서 힐러리 의원을 지지했던 장년, 노년층은 어떤 선택을 할까.
걸스턴 연구원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후보자 간 연령차가 큰 선거다. ‘민주당 성향의 신구 세대가 하나가 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마돈나 교수는 “민주당 사람들은 그대로 민주당 지지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고 지지 정당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이민자여서 그런지 우리 가정은 민주당을 지지해요. 하지만 가족 내에선 힐러리와 오바마 지지가 확연히 갈려요. 저하고 집사람은 힐러리인데, 아이들은 무조건 오바마예요.”
미국 버지니아 주 라우든 카운티에 사는 박순석(48) 씨 가족은 5개월째 전개되는 민주당 경선을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지지로 나뉘어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다.
세대에 따라 지지 후보가 갈린 것은 박 씨 가족만이 아니다.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는 ‘오바마 대(對) 힐러리’ 드라마는 민주당 지지자 간에도 인종, 교육수준, 직업, 지역별로 뚜렷하게 지지세가 나뉨을 보여줬다.
이 중 지지 후보를 가장 명확히 가른 변수는 ‘세대’였다.》
▽리버럴 내부 세대대결=오바마 의원이 사실상 후보 자리를 굳힐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젊은층의 열렬한 지지였다. 이번 경선에서 30대 이하 투표 참가자는 과거의 두 배, 일부 지역에선 세 배에 달했다.
오바마 의원이 압승을 거둔 조지아 주는 평균연령이 28세였다. 반면 힐러리 의원이 승리한 펜실베이니아 주는 평균연령이 40세였다.
세대 간 지지세 갈림 현상은 흑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인종에서 나타났다.
오바마 의원도 진작부터 젊은층을 결집하고 끌어내는 전략에 집중했다. 지난해 출마 연설 때 그는 ‘세대’란 단어를 13번이나 써 가며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또 연설 때마다 단문들을 끊어가며 관계대명사로 이어가는 어법으로 젊은이들과 호흡을 맞췄다.
▽베이비붐 세대 vs 자녀세대=통상 미국의 성인들을 △전쟁 경험 세대(1945년 이전 출생) △베이비붐 세대(1945∼60년 출생) △X세대(1961∼70년대 중반) △Y세대(1970년대 중반∼94년·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분류할 수 있다.
민주당 경선은 베이비붐 세대(힐러리 1947년생)와 X세대(오바마 1961년생) 후보를 놓고 베이비붐 및 이전 세대와 그 자녀 세대가 세를 겨룬 셈이다.
물론 민주당 내 신구 세대 대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윌리엄 걸스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1983년 게리 하트 후보가 ‘뉴 아이디어’를 표방하고 나섰을 때 노년층이 많은 월터 먼데일 후보 지지자들과 세대 간 대결 양상이 벌어진 전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처럼 젊은층이 대거 열성적으로 정치에 참여한 적은 없었다.
테리 마돈나 프랭클린앤드마셜대 정치연구소 소장은 “젊은층은 지난 40년간 로널드 레이건 시절을 제외하곤 대체로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보였다”며 “흑인이나 여성 후보가 이렇게까지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적은 없었다. 미국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대 대결의 사회학=전문가들은 ‘진보와 보수를 구분해 비난하기 어려울 정도로 통틀어 기성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물론 핵심 원인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실정(失政)이 제공했다. 특히 이라크전쟁의 실패가 ‘바꿔야 한다’는 욕구를 강하게 불러일으켰다. 젊은층에겐 기성 워싱턴 정치 전체가 실망스러운 존재였고 힐러리 의원마저도 교체 대상인 낡은 세대로 여겨진 것이다.
이는 2004년 한국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연대라는 새로운 얼굴에 젊은층이 몰렸던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젊은층엔 이념적 경도 현상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1970년대 유행하던 히피 문화와 달리 미국적 가치에 대한 존중도 강하다.
한편 S대의 한 교수는 ‘브래들리 효과’를 들어 설명했다. 이는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당시 흑인인 톰 브래들리 후보가 여론조사에선 앞섰지만 막상 투표에선 진 데서 유래한 용어다.
인종 문제의 민감성 때문에 익명을 요청한 이 교수는 “민주당 지지자들 내에서 연령이 올라갈수록 인종적 요인 때문에 오바마 의원 지지자가 줄어들고 인종에 대한 선입견이 적은 젊은층일수록 오바마 의원 지지자가 많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본선 세대 대결 전망=1936년생인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 오바마 후보 간의 본선 대결에서 힐러리 의원을 지지했던 장년, 노년층은 어떤 선택을 할까.
걸스턴 연구원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후보자 간 연령차가 큰 선거다. ‘민주당 성향의 신구 세대가 하나가 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마돈나 교수는 “민주당 사람들은 그대로 민주당 지지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고 지지 정당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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