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y 16, 2008
"환율, 너 참 밉다"
하늘에서… 땅밑에서항공·정유업계 高환율 정책에 말렸다 대한항공 1분기 적자 3255억원 아시아나도 순이익 73%나 급감 원자재값 올라 '엎친 데 덮친 격' 물가 인상, 소비 위축 악순환 우려 정부의 고환율 정책으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아 오르면서 항공·정유 등 수입업계와 내수 중소기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고유가 등 원자재 값 폭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환율까지 연초 대비 10% 이상 올라 이중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고환율이 장기간 계속될 경우 오른 환율로 늘어난 원가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더욱이 하반기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를 몰라 수입업계는 환 헤지(위험회피) 등 마땅한 대응책 마련도 못하고 있다.◆항공·정유업계 줄줄이 환 손실외화 지출 부담이 큰 항공·정유업계가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 1분기에 3255억원의 적자를 냈고, 아시아나항공도 순이익 규모가 1년 전보다 72.7%나 급감했다. 고(高)유가까지 겹쳐 엎친 데 덮친 격이다.대한항공은 연간 외화지출 규모가 외화수입보다 24억 달러(약 2조4000억원) 더 많다. 환율이 연평균 10원 오르면 영업 쪽에서 240억원의 추가부담이 생긴다. 51억 달러의 외화부채를 보유한 대한항공은 환율 10원 변동에 원화 환산 손실이 510억원이다.아시아나항공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금년 경영계획상 환율 10원 상승에 14억 환차손이 발생하는데, 벌써 환율이 연초 대비 100원이나 올랐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이르면 이달 중 차세대 항공기 도입계획을 발표할 예정인데,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추가 부담이 커지게 됐다. ◆환율로 높아진 유가, 소비자 부담 불가피정유업계의 주요 기업 역시 1분기에 1000억~3000억원대의 환차손으로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SK에너지는 영업이익 3990억원을 냈지만 1500억원의 환차손으로 경상이익이 1544억원에 그쳤다. GS칼텍스는 225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2000억원대의 환차손 때문에 232억원의 적자를 냈다.정유업계는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올 때 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은행이 먼저 달러로 대금을 지불하게 하고 60~90일 뒤에 대금을 결제하는 유전스(usance·기한부 어음) 방식을 쓰고 있다. 연초 1달러당 940~950원에 구입한 원유대금을 1040~1050원의 오른 환율로 갚게 되면서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정유업계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환율로 인한 부담이 원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원가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유가가 비싸져 소비자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정유업계는 환 헤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현재의 달러당 1040~ 1050원 환율이 하반기에도 계속될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환율 예측기관들도 달러당 960~970원대인 하반기 환율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고 있다. 외환은행 김석중 차장은 "현재 환율을 바탕으로 헤지를 했다가 하반기에 환율이 내려가면 또다시 환손실을 볼 수 있다"며 "수입업체들이 손실을 감수하며 환율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내수 중소기업도 어려움 가중해외에서 원자재를 구입해 가공한 뒤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내수 중소기업도 고환율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석유화학 원재료와 철강 중간재 등이 원자재 값 폭등으로 한 달이 머다하고 오르고 있는데다, 환율도 연초 대비 달러당 100원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높아진 원가를 대기업 납품가에 당장 반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공업용 스프링을 생산, 전량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중소기업 S사 관계자는 "정부의 고환율 정책은 일부 수출 대기업에 유리할 뿐"이라며 "고환율로 물가가 오르면서 국내 소비가 줄고, 그에 따라 내수기업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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