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y 6, 2008

연예인들의 무분별한 막말

최근 연예인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거침없는 반대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소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겠다' '독도 가서 너나 처먹어 미친 소'라는 식의 과격한 표현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의견은 모두 해당 연예인들의 개인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에 올라 있는 문장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사례다.일부 유명 연예인들의 발언은 인터넷상에서 그 어떤 전문가의 논리보다도 우선된다. 미니홈피에 게재된 글은 '무한복제'와 '무한펌질'(특정 콘텐츠를 다른 게시판으로 옮기는 행위)을 통해 확대재생산된다. 연예인들의 미니홈피는 더 이상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은 스타들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 사람보다 광우병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는 식의 조작된 사실까지 연예인 미니홈피를 통해 인터넷을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권리다. 그렇지만 스타의식으로 충만한 일부 연예인들이 자신의 영향력과 지지세력을 등에 업고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감정적이고 소모적인 논쟁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특히 일부 연예인들이 '이름 알리기' 마케팅으로 이번 쇠고기 사태를 이용한다면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번 쇠고기 사태에 대해 감정적 발언을 한 연예인 중 상당수가 다소 잊혀진 스타들"이라며 "과감한 발언으로 인터넷상에서 '개념 있는 연예인'이라는 칭찬까지 받는 것은 염려할 만한 일"이라고 전했다.연예인들의 정치ㆍ사회적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덩달아 이들 스타의 사회적 책임론도 강조돼야 한다. 전문가가 아니니까 사실과 관계없이 '막말해도 된다'는 식의 특권은 곤란하다. '사불급설(駟不及舌)'. 소문은 순식간에 퍼지는 것이니 항상 말을 삼가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일부 연예인들이 좌우명으로 삼아야 할 사자성어다. [문화부 = 문일호 기자 ttr15@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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