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영화’가 자리잡으면서 감독이나 작가 개인에 의존하기보다 프로듀서와 기획팀 중심으로 아이템을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작사들은 영화 아이템과 작가들을 어떤 방식으로 찾아내는지 물어봤다.제작사들은 고민이다. 투자사와 배우를 설득해 영화를 만들려면 시나리오가 좋아야 하는데, 웬만한 작품으로는 냉랭한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 A급 작가들은 개런티가 턱없이 비싸고, 저렴하게 쓸 수 있는 젊은 작가들은 내공이 부족하다. 괜찮은 소재 하나 잡아서 시나리오를 쓰게 해도 결과물은 흡족하지 않다. 운이 나쁘면 개발비만 축내고 영화가 엎어질 수도 있다. 제작사 오퍼스의 이태헌 대표는 “대체로 우리 작가들이 내러티브 중심이라기보다는 이미지 중심으로 사고한다”면서, “독특하고 새로운 표현을 하려고는 하지만 그걸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고 꼬집는다.제작사에 따라서는 작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프로듀서나 감독 개인에 의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른손 필름의 경우 김지운, 임필성, 봉준호 등 감독 중심의 개발 시스템을 꾸려가고 있다. 반면 프리 프로덕션이 철저하기로 이름난 MK픽처스는 대표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아이템을 오랫동안 숙성시켜 작품을 만든다. <아이스케키> <구미호가족> <작은 연못> 등은 심재명, 이은 대표가 명필름 시절부터 만들고 싶어 했던 아이템을 영화로 완성시킨 경우다. MK픽쳐스 마케팅실의 정금자 실장은 “컨텐츠 개발은 시급한 문제이긴 하나, 이를 시스템적으로 정비하겠다는 구상은 아직 없다. 두 대표님을 주축으로 감독이나 작가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프로듀서 중심으로 작품이 개발되는 경우 PD들 사이에 경쟁이 붙기도 한다. PD 개인의 아이디어와 네트워크에 따라서 작품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군소 제작사나 일부 프리랜서 PD들은 좋은 이야깃거리를 찾기 위해서 소설이나 만화 영화와 판권, 또는 해외 영화의 리메이크 판권을 일단 계약부터 하고 보는 경우가 많다. 프라임 엔터테인먼트의 임충근 프로듀서(<피터팬의 공식> <파란자전거> <세븐 데이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학로 공연장에 영화인들이 엄청 많이 왔다는 얘기가 있었다”면서, “영화 한 편을 완성해 개봉시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우회상장 붐이 일었을 때 일부 제작사들은 자체 시나리오 개발팀을 운영했었다. 가령 화인웍스의 <마음이> <두 얼굴의 여친> 등은 자체 개발팀에서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지금은 프라임 엔터테인먼트에 합병된 코리아 엔터테인먼트도 자체 개발팀의 아이템 뱅크를 통해 <마파도> <동갑내기 과외하기> <마파도 2> 등을 성공시켰다. 최근에는 PD 시스템과 컨텐츠 개발팀의 장점을 취해 기획실 운영을 탄력적으로 하려는 시도들이 눈에 띈다. 가령 프라임의 경우 시나리오 팀워크에 중점을 두었던 코리아 라인과, 철저하게 프로듀서 중심이었던 LJ필름의 장점을 골고루 취해서 최근 기획팀을 세 팀으로 나누고 작품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신생영화사에 속하는 오퍼스픽처스도 최근 젊은 PD 또는 PD 지망자를 영입해 기획팀을 강화했다. 팀장을 맏고 있는 권정인 PD는 “팀원들이 각자의 아이템을 개발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비교적 공동작업 형식이 강하다”면서, “공모전이나 영화 학교들의 인력들을 꼼꼼히 조사해 신인작가들을 찾아보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별도의 기획팀을 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최근 영화계가 어려워지면서 시나리오 자체 개발팀들을 없애는 제작사도 꽤 있다. 화인웍스 제작 투자팀 김경미 과장은 “시나리오 기획이라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전부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비용을 슬림화해야 하는 지금은 기획팀을 마케팅팀과 통합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인 안목이 아니고서는 시나리오 팀을 따로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CJ 엔터테인먼트 제작팀의 이지영 대리 역시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장기적으로 가는 게 아니라면, 영화를 위해 일반 컨텐츠 리뷰를 하는 것이 꼭 도움이 된다고 할 수만은 없다”면서, “공모전 역시 무분별하게 많은 시나리오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걸 다 애정을 갖고 보기란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시나리오 개발을 위한 전문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산업 자체의 안정화가 더욱 시급하다는 얘기다. 싸이더스FNH 콘텐츠 개발팀 국내 제작사들 가운데 시나리오 전문 기획 개발 업무를 가장 많이, 가장 체계적으로, 그리고 가장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곳은 바로 싸이더스FNH 제작2본부의 콘텐츠 개발팀이다. 홍선영 팀장은 우노필름 시절 마케팅 업무에서 영화 일을 시작했으며, 시네마서비스 제작 관리팀을 거쳐 싸이더스FNH의 전신인 좋은영화에서 시나리오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이영숙 씨는 좋은영화에서 마케팅을 하다가 적성과 자질을 살려 시나리오 개발 쪽으로 옮겨온 경우, 막내인 김태형 씨는 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지난 2월에 공채로 이 팀에 합류했다. 홍선영 팀장은 순수 기획 작품인 <혈의 누>의 시나리오 개발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으며, <선생 김봉두> <발레 교습소> <아라한 장풍대작전> <미스터 로빈 꼬시기> 등을 모두 작업해왔다. 한 줄의 아이템에서 시작해 캐스팅이 완료되는 단계까지가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과정이다. 그는 “개인적인 취향을 모두 접고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가를 먼저 본다”고 말한다. 또 “작가들과 네트워킹을 하고 잘 맞는 작품을 맡기는 것, 또 회사와 고집 센 작가나 감독들의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도 시나리오 개발자의 업무라고 말했다. 구성력이 좋은 작가가 있는가 하면 아이디어가 좋은 작가, 또는 대사 처리 능력이 뛰어난 작가 등 편차가 크긴 하지만, “글이 촌스러워도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이라고 덧붙였다. 지금 이 팀은 김용균 감독의 <불꽃처럼 나비처럼>, 공포 드라마 <유자귀>, 초능력 소재 멜로 스릴러 <마이더스>(가제), 유해진과 진구가 캐스팅된 스릴러 <트럭> 등 대략 10여 편의 시나리오를 한꺼번에 굴리고 있다. 모니터 회원들을 통해 트렌드 자료를 취합하고 모든 문화 컨텐츠의 동향을 파악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Tuesday, March 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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