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바로 옆에 대한항공 파리 지점… 조양호 회장 출장 때마다 들러루브르 측서 안내시스템 지원 요청… 스폰서 조건으로 한국어 포함시켜
“이 작품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일 것입니다. 라 조콩드 혹은 모나리자로도 알려져 있는 이 작품은 1503년부터 1506년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그린 그림입니다. 그런데 수수께끼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이 여성은 과연 누구일까요.”이는 루브르박물관 1층 13번 방에 전시된 명화 모나리자에 대한 한국어 설명의 일부분이다. 지난 2월 1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는 작품 해설을 위한 개인 휴대용 단말기(PDA) 도입과 ‘한국어 안내 서비스’ 시작을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여기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앙리 루아레트 루브르박물관장, 조일환 주프랑스 한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이날 조 회장은 “한국어 안내 서비스는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한국과 프랑스 양국 국민에 작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어 안내 서비스 작업은 루브르박물관 학술팀이 한국인 번역가·편집자와 함께 했다. 작품 원고 감수는 프랑스 문화성 산하 국립박물관연합(RMN)의 한국 내 독점 파트너인 GNC 미디어(GNC Media)가 맡았다. 한국어 해설 대상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미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상,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등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작품 600점이다. 개인 휴대용단말기(PDA)는 박물관 내 5곳에서 6유로(약 8400원)를 내고 빌릴 수 있다. 관람 방법은 크게 ‘작품 선택하기’와 ‘코스 선택하기’가 있다. ‘작품 선택하기’는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여 해설을 듣는 방법이고, ‘코스 선택하기’는 주요 테마별·코스별로 선정된 작품을 순서대로 해설을 듣는 방법이다.그런데 한국어 설명이 제공되는 작품들을 자세히 보면 작품명이 적힌 표지판 옆에 ‘Thanks to Korean Air’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이는 한국어를 포함한 7개 언어로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작품안내 시스템이 대한항공의 지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평소 문화예술 후원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 파리 지점이 루브르박물관 바로 앞에 있어 출장을 가면 항상 이곳을 찾았다”면서 “지난해 초부터 루브르박물관을 매개로 한 한국·프랑스 간 문화교류 방안에 대해 논의하게 됐고, 4월쯤 루브르박물관 측에서 개인 휴대용단말기 교체를 위한 스폰서 제안을 해왔다”고 밝혔다. 기존 오디오 가이드를 최신 기기로 교체하는 작업을 대한항공에서 지원해 줬으면 한다는 취지였다.
조 회장은 스폰서 금액에 상관없이 수락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초 후원 내용에는 루브르박물관의 첨단 작품 해설 기기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넣겠다는 조항은 없었다. 조 회장이 루브르박물관 후원을 기회 삼아 한국어 서비스를 강력히 요구했고 관철시킨 것이다. 루브르박물관 측은 방문객 비중으로 언어 서비스를 하는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조 회장은 루브르박물관장을 만나 직접 설득했고, 지난 7월 대한항공은 루브르박물관과 6년간의 장기 파트너십을 맺었다. 물론 여기에는 대한항공과 프랑스의 끈끈하면서 오래된 우정이 한몫 했다. 올해는 대한항공이 서울~파리 노선에 취항한 지 35주년이 되는 해이다. 대한항공은 1973년 서울~파리 노선에 화물기를 첫 취항했고 1975년 여객 노선도 개설했다.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고(故)조중훈 회장은 1973년 한국의 프랑스 경제협력 창구인 한불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양국의 경제 협력에 힘쓰기 시작했다. 그는 1977년 세계 굴지의 프랑스 은행인 소시에테 제너럴과 국내 최초로 한·프랑스 합작 금융 회사인 한불종합금융을 설립했다.조중훈 회장은 1977년 프랑스 일등공훈 국민훈장에 이어 1982년 레종도뇌르-코망되르, 1990년 레종도뇌르-그랑 오피시에, 1996년 오르드르 나소날 뒤 메리트 등 4차례에 걸쳐 프랑스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외국 민간인에게 주는 ‘레종도뇌르-코망되르’ 최고훈장은 2000년부터 한불최고경영자클럽의 회장으로 활동해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까지 2대에 걸쳐 수여됐다. 여기에 지난 2006년 한·프랑스 수교 120주년 기념 사업의 하나로 5개월간 서울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루브르박물관전에 전시된 작품들을 대한항공이 사고 없이 수송한 데 대한 루브르박물관의 신뢰가 작용했다. 국보급 작품의 수송을 자국 국적기가 아닌 외국 항공사에 맡긴 것도 처음이었다. 한편 대한항공은 루브르박물관의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기념하고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훈민정음으로 섬세하게 수놓은 모나리자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을 래핑(wrapping)한 B747-400 항공기를 인천~파리 노선에 투입했다. 향후 동일한 이미지를 래핑한 항공기 2대를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이들은 2010년까지 3년간 전세계 하늘을 누비며 루브르박물관의 한국어 서비스를 알리게 된다. 대한항공의 정영철 부장은 “항공기 래핑은 전세계를 날아다니는 특성상 국가 홍보도 되기 때문에 이처럼 공익적 내용까지 포함해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루브르박물관왕의 미술품 보관소로 출발 다 둘러보려면 일주일 걸려루브르박물관은 13세기 초에 건립됐고 16세기에 재건된 루브르궁이 모체이다. 역대 프랑스 국왕들이 미술품을 한두 점씩 모으던 것이 박물관의 시초가 됐다. 1793년 프랑스대혁명 이후 프랑스를 평정한 국민의회가 이곳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정식 미술관으로 인정 받게 됐다. 이후 40만점에 달하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박물관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의 루브르박물관은 1981년 미테랑 대통령이 발표한 ‘그랜드 루브르 프로젝트’에 의해 1983년 착공하여 1989년에 완공됐다. 작품은 고대 아시아관, 고대 이집트관, 그리스와 로마관, 고대 오리엔트관, 조각관, 회회관, 미술 공예품관 등 7개관에 연대와 지역별로 분류되어 있다. 16만㎡에 달하는 부지 위에 전시장 면적은 6만㎡ 규모로 제대로 관람하려면 일주일 정도 걸린다. 매년 830만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그중 한국인 관광객은 8만여 명이다. 한국ㆍ프랑스 교류사1886년 공식 외교관계 수립1903년 한국에 첫 등대 건설우리나라와 프랑스가 인연을 맺은 것은 1886년. 조선이 프랑스 정부와 수교 문서에 서명함으로써 공식 외교관계가 수립됐다. 1948년에는 정식 국교가 수립됐다. 프랑스는 6ㆍ25 전쟁 때 UN의 일원으로 전투 병력을 파견한 혈맹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선진기술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인천 앞바다에 팔미도 등대를 세울 때였다. 이 등대는 1903년 프랑스 회사의 기술을 이용해 건립된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등대이다. 이후 프랑스 문물과 기술이 본격 유입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고속철 TGV, LNG 멤브레인 선박, 원자력발전소 기술 등이 있다. 고속철은 1994년 프랑스의 TGV 제조사인 알스톰사가 서울~부산 간 경부 고속철도사업 수주자로 선정됐다. 2004년 4월부터 한국고속철도(KTX) 경부선에 TGV가 달리기 시작했다. 현재 프랑스의 160개 업체가 한국에 투자ㆍ진출해 있고, 우리 기업 60여개 업체가 프랑스로 나가 있다. 양국 간 교역액은 2007년 100억달러(약 9조5000억원) 정도였다./ 서일호 기자 ihseo@chosun.com
Saturday, March 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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